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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20&2’ 동방신기, 킹 오브 더 K팝 정글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스토리텔링이면 스토리텔링. 그룹 동방신기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세트리스트와 무대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꽉 채웠다. 지금의 K팝을 있게 한 한류의 신. 동방신기의 네임밸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동방신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20&2’를 진행했다. 2003년 데뷔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이를 상징하는 숫자 ‘20’과 동방신기 기념일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애니버서리의 ‘&’, 동방신기 멤버 2명을 뜻하는 숫자 2를 넣어 이번 콘서트 명을 완성했다.이번 콘서트는 동방신기의 지난 20년을 압축한 세트리스트가 압권이었다. 동방신기는 여태 단 한 번도 콘서트 오프닝으로 쓰인 적 없는 ‘라이징 선’으로 콘서트의 막을 열었고, 데뷔곡인 ‘허그’를 비롯해 ‘믿어요’, ‘더 웨이 유 아’, ‘왜’, ‘아윌 비 데어’, ‘퍼플 라인’, ‘롱 넘버’, ‘주문’, ‘풍선’, ‘드라이브’ 등 그간의 히트곡을 총망라했다. 여기에 신보의 타이틀 곡 ‘레벨’과 수록곡 ‘로데오’, ‘라이프스 어 댄스’, ‘정글’ 등의 무대도 마련돼 동방신기의 현재도 느낄 수 있게 했다.동방신기가 국내에서 콘서트를 여는 건 약 5년 만. 멤버들은 “너무 오랜만이다. 보고싶었느냐”며 1만 50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최강창민은 “엉망진창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만나게 됐다. 너무 보고싶었다”며 애틋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에서 한 번도 보여주지 못 한 솔로곡 ‘데빌’로 압도적인 무대를 꾸며 같은 그룹 멤버 유노윤호에게까지 여러 차례 박수를 받았다. 유노윤호 역시 지난 8월 공개한 솔로곡 ‘뷰자 데’(VUJA DE)로 경쾌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2003년 아카펠라 그룹으로 데뷔, 일본 J팝 시장을 집어삼킨 그룹. 동방신기가 한창 활동했던 2000년대 초반 J팝 시장에서 남성 아이돌이란 오직 쟈니스 출신뿐이었다. 동방신기는 그야말로 일본 현지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며 쟈니스 소속 그룹이 아닌 보이 그룹으로선 이례적으로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일본 5대 돔 투어를 진행했다.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라는 그룹의 이름처럼 K팝계에 정말 새로운 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이날 객석에는 일본에서 온 팬들도 다수 있었다. 공연 중간중간 일본 팬들이 ‘윤호’, ‘창민’을 연호하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공연장 밖에 마련된 동방신기 멤버들의 랩핑 벽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장 입구 근처에는 동방신기의 중국 팬들이 보낸 등신대도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30일은 서울엔 눈이, 인천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동방신기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찾았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2003년 10대의 풋풋한 나이로 데뷔, 어느새 최강창민의 경우 아이를 둔 아빠가 됐지만 공연에서는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게 잘 실감되지 않았다. 오래 활동한 만큼 히트곡이 많아 모든 노래가 떼창을 유도했고, 멤버들은 고난이도의 파워풀한 안무를 지친 기색 없이 소화했다. 유노윤호가 공연 중간 “지금까지 쭉 달리는 무대를 해왔는데 앞으로 이것보다 더 파워풀한 무대가 남아 있다면 믿으시겠느냐”고까지 했을 정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아이돌’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동방신기. 아마 그 기반엔 세월이 흘러도 변치않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멤버들의 노력이 있을 것이다. K팝은 이제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나아가 유럽과 북남미까지 열광시키는 새로운 팝의 주류가 됐다. 그럼에도 아마 여전히 K팝을 대표하는 그룹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동방신기를 그 명단에 포함시킬 것이다. 동방신기가 지난 20년간 걸어온 길엔 수많은 최초와 최고의 기록이 있었기에.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도 1만 5000여석의 아레나를 꽉 채울 수 있는 여전한 화력을 지니고 있기에.동방신기의 신곡 ‘정글’에는 ‘미로 같던 낮 빛도 없던 밤 헤쳐왔어 난’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동방신기는 그렇게 K팝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길을 개척해왔고, 그 발걸음이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 아빠가 돼서도 변색되지 않는 K팝 스타로서의 에너지. 동방신기는 ‘20&2’를 통해 여전히 자신들이 K팝이란 이름의 정글의 왕임을 입증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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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한국‧일본 선수가 레인저스 아닌 셀틱으로 가는 이유는?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 K리그의 양현준(강원)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한국대표팀 공격수 오현규를 보유하고 있는 셀틱은 양현준 외에도 2명의 한국 선수를 영입 후보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게다가 셀틱은 6명의 일본 선수가 소속된 팀이기도 하다.셀틱에서 뛰었거나 현재 소속되어 있는 동북아시아의 국가대표 선수는 13명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8명을 배출한 일본을 선두로 한국(3명), 중국(2명)이 뒤를 따르고 있다. 셀틱이 특히 일본과 한국 선수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아시아 축구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스코틀랜드 클럽과는 달리 셀틱은 전통적으로 아시아 선수에 개방적인 팀이다. 셀틱이 영입한 최초의 아시아 선수는 인도 출신의 아마추어 모하메드 살림이다. 맨발로 축구를 했던 살림은 관계자들을 매료시켰고, 1936년 셀틱의 일원이 되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절 셀틱은 실력만 보고 선수를 뽑은 것이다.2000년대 들어 아시아 선수들의 셀틱행은 본격화된다. 일본대표팀의 나카무라 슌스케는 2005년 셀틱에 입단해 4시즌 동안 128경기에 출전해 29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슌스케는 2007년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스코틀랜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기성용 선수가 2009년 셀틱에 입단할 당시에는 이미 클럽에 중국의 정즈와 일본의 미즈노 코키가 있었다. 유럽의 한 클럽에서 한중〮일〮 선수가 같이 뛰는 최초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셀틱이 아시아 선수 영입에 좀 더 적극적인 것은 2021년부터 2년 동안 클럽을 성공적으로 이끈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영향 때문이다. 그리스 출신의 호주인 포스테코글루는 호주대표팀을 아시안컵 정상에 올려놓았고,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셀틱 감독이 된 그는 자신이 잘 아는 일본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도적 변화도 셀틱의 동북아시아 선수 영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 출신 선수도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에서 뛰려면 워크 퍼밋(취업 비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럽 선수 영입이 까다롭게 바뀐 덕분에 영국리그를 목표로 하는 비유럽 선수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스코틀랜드 리그가 EPL보다 느슨한 워크 퍼밋 규정을 가진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게다가 잉글랜드나 유럽 부자 구단들에 비해 자금이 넉넉지 않은 셀틱에게 아시아리그에서 건너오는 선수들의 저렴한 몸값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후루하시 쿄고, 마에다 다이젠, 하타테 레오는 셀틱이 J리그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영입하고도 성공한 케이스다. 이러자 리그의 하이버니안과 머더웰 등도 재능 있고 가성비가 좋은 J리그의 젊은 선수와 계약을 맺게 된다. 셀틱을 얘기할 때 레인저스가 빠질 수 없다. 스코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두 클럽이 맞붙는 ‘올드 펌 더비’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다. 이들의 경기는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셀틱과 레인저스가 가진 라이벌 의식은 종교(가톨릭 vs 신교도), 정치(노동당 vs 보수당), 민족(아일랜드 이민자 vs 스코틀랜드 원주민) 등의 이유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레인저스를 거쳐 간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는 몇 명일까? 한 명도 없다.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도 결과는 똑같다. 클럽은 151년 역사 동안 총 51개국의 국가대표 선수를 영입했으나, 단 한 명의 아시아 선수도 여기에 속하지 못했다.레인저스가 철저하게 아시아 선수를 외면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필자는 다각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팬클럽 게시판도 뒤졌고, 질문을 올려 그들의 답변도 들었다. 필자가 내린 결론은 레인저스는 셀틱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아시아 시장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레인저스의 폐쇄성은 그들의 반가톨릭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20세기 초부터 레인저스는 가톨릭교도 선수와 계약하지 않았고, 가톨릭 교인은 클럽에 취업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가톨릭교도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레인저스를 떠난 선수도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1989년 가톨릭 신자인 모 존스턴을 영입하며 폐지됐다. 그러자 팬들은 자신의 시즌 티켓을 불태우며 강력히 반발했다고 한다. 선수단 내에서도 불만이 나와, 존스턴 영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레인저스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에 반해 셀틱은 선수를 영입할 때 종교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클럽이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레인저스 팬도 일부 있다. 물론 이런 주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인전스가 예전에 가졌던 반 가톨릭 정책도 불문율이었고, 클럽은 당시 이러한 정책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부인했던 전력이 있다.2022 월드컵이 끝난 후 셀틱과 레인저스 등이 조규성 선수를 노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에 레인저스의 팬클럽인 ‘아이브록스 노이스(Ibrox Noise)’는 홈페이지와 독일의 축구미디어 ‘원 풋볼’ 등을 통해 상당히 거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레인저스의 명성을 이용해 선수의 가치를 높이려는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 레인저스는 아시아 선수나 시장에 관심이 없다. 클럽의 시장은 유럽에 국한한다”고 한다.필자가 특히 놀란 점은 조규성을 가리켜 “Sung or whatever(성이든 뭐든, 성은 조규성을 의미)”라고 표기한 것이다. 또한 “레인저스 팬들은 아시아 선수보다 치킨차우멘(chicken chow mein, 중국식 볶음국수)에 관심이 더 많다”라는 표현에서도 인종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셀틱 소속의 일본 선수가 일부 레인저스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스코틀랜드 리그에 관심이 있는 축구 선수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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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이탈리아 축구가 둘째라면 서러워할 것, 인종차별①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연장 후반에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에 2-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의 찌질한 복수는 바로 시작됐다. 다음날 당시 안정환의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의 페루자 구단주는 그와의 계약 해지를 언급하며 “I have no intention of paying a salary to someone who has ruined Italian football(이탈리아 축구를 망친 안정환에게 월급을 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자신을 민족주의자라고 밝힌 구단주는 “안정환은 다시는 페루자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환이 유럽인이었어도 저런 발언이 나왔을까? 일개 팬이 홧김에 보인 반응이 아니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세리에A 구단주의 발언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단적이고 경솔했다. 그의 발언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에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집에 있던 안정환의 승용차는 박살이 났다고 한다. 심지어 마피아는 그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불똥은 아시아인 전체로 퍼졌다. 이탈리아에 있던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 취급당하며 모욕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종차별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다른 서유럽국가에 비해 인종차별이 유독 심하다. 2017년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는 서유럽 15개국 국민의 민족주의와 이민자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22개 질문의 대답을 바탕으로 퓨리서치센터는 0에서 10까지의 범위를 갖는 님(NIM: Nationalist, anti Immigrant & Minority) 척도를 만들었다. 님 척도의 숫자가 높을수록 타민족에 대한 거부감이 높음을 보여준다. 조사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5.01 이상의 점수를 받은 국민의 점유율은 15%~25% 사이였다. 스웨덴은 단지 8%의 국민만이 5점 이상을 기록했고,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16%를 보여줬다. 그에 반해 이탈리아는 5점 이상을 기록한 국민이 무려 38%로 나타났다. 서유럽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국가는 이탈리아였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탈리아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의하면 인터뷰 대상자의 55%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한다. 또한 로마에 위치한 정치사회연구소(Eurispes)가 2020년 펴낸 보고서에 의하면, 이탈리아인의 15.6%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대학살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사회 지도층의 인종차별 발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한테 “선탠까지 했다”는 상식 밖의 농담으로 구설에 올랐다. 우파정당인 북부연맹의 수장이자 상원 부의장인 로베르토 칼데롤리는 2013년 이탈리아 정부의 첫 흑인 장관이 된 세실 키엥게를 가리켜 “그녀를 보면 오랑우탄이 떠오른다”는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칼데롤리는 “농담이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이 밖에도 북부연맹의 한 여성의원은 아프리카인이 2명의 여성을 성폭행 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키엥게 장관을 강간해야 한다”라는 끔찍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인종차별이 일상적인 나라라는 것을 감안해도, 키엥게 장관에 대한 언어 공격은 충격적이었다. 아울러 축구장에서 흑인 선수를 조롱하기 위해 바나나를 던지듯이, 키엥게 장관에게 바나나를 투척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은 남녀노소, 도시와 시골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좌우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18~19세기 유럽의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일 때 통일도 못 이룬 이탈리아는 이에 합류할 수 없었다. 따라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식민지 국가들과 가진 문화적, 인적 교류를 이탈리아는 경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들은 타 인종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캄파닐리즈모(campanilismo, 이탈리아어 종탑에서 파생된 단어로 지역마다 중심에 있는 성당 종탑의 종소리를 같이 듣고 사는 사람들의 강한 유대감을 의미)로 표현되는 이탈리아 특유의 지역주의와 가족주의 문화도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일조했다. 역사적으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아일랜드와 더불어 이민을 보내는 나라였지, 받아들이는 나라가 아니었다. 이러한 나라에 1980년대 후반 비 유럽 출신 노동자 유입이 본격화했다. 이탈리아는 빠르게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지중해를 통해 난민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남아있는 파시즘의 유산과 베니토 무솔리니에 대한 향수,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제 침체에 이어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심리도 타 인종에 대한 거부감에 힘을 실었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고통받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탈리아 사회나 축구리그에서 인종차별은 개선되지 않았다. 도리어 2019년 당시 인터 밀란 감독이었던 안토니오 콘테는 이탈리아 축구의 인종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7.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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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인종차별? 손흥민은 이미 편견과 싸워 이겼다

우연히 만난 흑인 시드니(웨슬리 스나입스)와 백인 빌리(우디 해럴슨)가 길거리 내기 농구를 하며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있다. 국내에는 ‘덩크 슛’으로 알려진 이 영화의 원제는 ‘White Men Can't Jump(백인은 점프를 못한다)’이다. 시드니는 빌리의 농구 실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백인은 점프를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시드니는 빌리가 덩크 슛을 못한다고 계속 놀린다. 스포츠 세계에는 “백인은 점프를 못한다”와 함께 “Black men can't swim(흑인은 수영을 못한다)"이라는 스테레오 타입(stereotype, 고정관념·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아울러 서양인들은 아시안이 수학에 능하고 공부를 잘해서 회계사, 의사, 엔지니어 같은 직종에서 두각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시아인은 스포츠를 못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영국에는 “Asians can’t play football(아시안은 축구를 못한다)”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시안은 남아시아(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출신을 의미한다. 영국 인구의 7%인 약 350만명이 남아시안 혈통이다. 하지만 2022년 이들이 1~4부 프로축구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5%에 불과하다.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남아시아인은 4명뿐이다. 많은 남아시안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지만, 극소수만이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영국 프로축구 스카우트들은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동북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남아시아와는 달리 EPL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쑨지하이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2002년 EPL에서 최초로 골을 기록한 동북아시아 선수였다. 현재까지 14명을 EPL에 보낸 한국을 선두로 일본(10명)과 중국(7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몇몇 선수는 EPL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영국축구계는 이들의 ‘축구 실력’보다 동북아 선수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 증대’에 더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이용해 클럽은 더 많은 셔츠를 판매할 수 있고, 새로운 스폰서십과 더 비싼 TV 중계권 계약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7시즌을 보낸 박지성은 맨유가 리그 정상을 4번 차지하는 데 기여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아시아 선수였다. 맨유 시절 박지성은 ‘Three-Lung Park(3개의 폐를 가진 박지성)’이라는 닉 네임을 얻었다.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볐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선수였지만, 그조차도 미묘한 편견에 시달렸다. 잉글랜드 축구계가 가진 동북아시아 선수들을 향한 스테레오 타입 중 하나가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긍정적인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들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체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창의력과 재능이 부족하다는 아시아 선수들은 기술로 칭찬받은 적이 없다. 돋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이들의 미덕으로 포장될 때도 있었다. 2021~22시즌 손흥민은 EPL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페널티킥 없이 필드골로만 23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공동)득점왕에 올랐고, 소속팀 토트넘을 4위로 이끌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주관하는 ‘올해의 선수(Player of the Year)’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의 팀(Team of the Year)’에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손흥민이 외면받자 팬들의 성토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객관적인 자료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PFA 상은 동료 선수의 투표로 결정된다. 문제는 선수들이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심사숙고하여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유명 선수에게 투표한다는 것이다. 또한 낮은 투표율과 시즌이 종료되기도 한참 전에 시작하는 투표 시기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번 시즌의 손흥민과 같이 리그 종반에 특히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주장도 널리 퍼져 있다. 과거 기록을 통해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를 살펴보자. 1992~93시즌 출범한 EPL에서 득점왕이 PFA 올해의 팀에 오르지 못한 적은 11번 있었다. 이들의 국적은 잉글랜드(테디 셰링엄, 앤디 콜, 크리스 서튼, 디온 더블린, 마이클 오언), 네덜란드(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뤼트 판 니스텔로이), 아르헨티나(세르히오 아구에로), 가봉(피에르 에메릭오바메양)과 이집트(모하메드 살라)다. 특히 하셀바잉크는 득점왕에 2번(공동, 단독 각각 1번)이나 올랐는데도 올해의 팀에 선정되지 못했다. 2010~11시즌 이후로 EPL 득점왕이 PFA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못 올라간 적도 5번 있었다. 이들의 국적은 불가리아(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아르헨티나(아구에로), 가봉(오바메양), 이집트(살라), 잉글랜드(제이미 바디)다. 이렇듯 득점왕이 PFA 시상식에서 소외된 경우는 꽤 많았다. 이들의 국적과 인종도 다양한 편이다. 따라서 손흥민이 인종차별 때문에 PFA 시상식에서 제외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축구계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 선수에 대한 선입견에 상반되는 새로운 캐릭터다. 그는 매력적이고 언제나 웃고 있다. 폭발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극적인 골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내성적인 다른 아시아 선수들과 달리 손흥민은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 팀 선수, 감독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는 독일어로, 지금은 영어로 인터뷰도 수월하게 소화한다. 지난겨울 영국 도시 곳곳에는 손흥민을 모델로 프리미어리그를 현지 팬들에게 홍보하는 광고판까지 등장했다. 그는 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존재해온 편견을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잉글랜드 혹은 유럽축구계는 아직 아시아 출신을 최고의 선수로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다. 손흥민 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다시 등장하지 않으면, 서구인들은 “그는 이례적인 케이스였어”라고 치부할 게 뻔하다. 그리고 “아시안은 축구를 못한다”는 선입견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손흥민은 지금 외로이 서구인이 가진 스테레오 타입에 맞서고 있다. 그를 롤 모델 삼아 제2, 제3의 손흥민이 계속 나오길 희망한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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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빅마우스'→박재범 작가 '무당', 에이스토리 2022년 라인업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에이스토리가 2022년 방영 및 제작 예정인 1차 작품 라인업을 6일 공개했다. ‘빅마우스’는 배우 이종석의 3년 반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텐트폴 느와르다.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사기꾼으로 몰린 한 변호사가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비리를 파헤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종석이 주인공 박창호를, 임윤아가 박창호의 아내 고미호 역을 맡았으며, 이밖에도 김주헌과 곽동연, 양경원, 옥자연 등 배우들이 참여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올해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올해 상반기 넷플릭스와 SKY 채널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연모’에서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여 2021 KBS 연기대상 3관왕을 수상한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한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IQ 164의 천재이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한다. ‘SNL 코리아’에서 인턴기자 주기자역을 맡아 2021년 최고의 신인 배우로 떠오른 주현영은 엉뚱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 역을 맡는다. 촬영을 마무리하고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 ‘청와대 사람들’은 대통령 가족의 일상을 다룬 한국 최초의 정치 풍자 드라마이자 에이스토리가 처음 시도하는 시트콤 장르의 콘텐츠다. 집권 3년차로 레임덕과 갱년기를 겪고 있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 주변 인물들의 사랑, 결혼, 권력다툼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차인표는 레임덕과 갱년기라는 이중고 속에서 다음 총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통령 고한표 역을 맡았다. 예지원은 대통령의 첫사랑이자 전 육군 중령 출신 영부인 역을 맡았으며 정상훈은 선임비서관을, 정웅인은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대통령의 연적인 현직 서울시장 남자룡을 맡아 열연했다. ‘SNL코리아’도 지난 12월 두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고, 2022년 시즌2와 3가 방송된다. 주현영이 연기한 인턴기자, 정상훈이 연기한 기가후니 등 첫 시즌에서 발굴한 스타 캐릭터들에 변주를 주면서 개그우먼 이수지가 연기하는 오흔영 등 새로운 캐릭터들도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코너 속 코너 ‘주기자가 간다’는 이재명, 심상정, 윤석열 등 대선 후보와 이준석, 나경원 등 유력 정치인을 인터뷰하면서 대선정국에 걸맞은 독특하고 신선한 정치 풍자 코너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에도 ‘주기자가 간다’ 코너를 통해 많은 여∙야권 핵심 인사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괴의 날’은 정해연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블랙 코미디로 어딘가 어설픈 38살 유괴범 명준과 시니컬한 11살 천재소녀 로희의 스릴 넘치고 감동적인 동행,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을 다룬다. 웹툰 원작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소설 원작 영화 ‘원더풀 라디오’ 등의 대본을 맡아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살린 감독 겸 작가 김제영이 대본을 맡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올해 하반기에 방영되며, 현재 플랫폼들과 편성을 논의 중이다. 교통 범죄 수사극 ‘크래시’ 역시 올해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보험사기, 보복운전, 자해 공갈, 레카, 콜뛰기, 자율주행 등 자동차 범죄만을 추적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의 이야기를 그렸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멘사 회원이자 ‘숫자 덕후’ 차연호와 교통조사계 에이스 민소희가 교통범죄수사팀과 함께 기상천외한 교통 범죄 사건을 추적해 이면의 진실을 밝혀낸다. 조만간 확정된 캐스팅과 플랫폼을 발표할 예정이다. 웹툰 원작 코믹 히어로물 ‘반투명인간’도 2022년 방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반투명인간’은 작가 마인드C와 김명현이 2018년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코믹 히어로물. ‘신드롬’,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의 극본을 쓴 김솔지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불완전한 초능력을 가진 반쪽짜리 초능력자들이 모험을 통해 숨겨져 있던 능력을 찾고 완벽한 초능력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에이스토리는 2022년에는 휴먼 다큐멘터리 ‘화이트아웃(Whiteout)’을 제작한다. 2008년 한국 최연소로 7대륙 최고봉에 올랐고 2013년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암푸 1봉을 등정했으며 체육훈장 거상장 수훈과 한국대학산악연맹 올해의 산악인상에 빛나는 탐험가 김영미 대장. ‘화이트아웃’은 김영미 대장이 동북아시아 여성 탐험가 최초로 무보급 단독 남극점 도달에 도전하는 60일간의 여정을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이며, 팬데믹으로 지친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도전과 극복, 희망을 줄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로 제작을 진행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굿닥터’와 ‘빈센조’의 대본을 집필한 박재범 작가와 함께 SF 하드코어 액션드라마 ‘무당’을 제작한다. 글로벌 OTT 시리즈물로 제작되며, 근미래 통일 대한민국의 모습을 배경으로 AI와 UAM, 로보틱스 등 미래기술의 키워드들을 사이버펑크적인 스토리를 통해 풀어낸다. 에이스토리는 ‘무당’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드라마뿐만 아니라 게임, 메타버스, NFT 등 다양한 IP 비즈니스로 확대하여 견고한 ‘무당 유니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작가 미치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SF 드라마 ‘340일간의 유예’도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드라마화를 확정했다. ‘340일간의 유예’는 유일국제도시를 무대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셧, 타인의 마음을 읽는 심프티, 그리고 가공할 만한 힘과 파괴력을 지닌 디스트로이 등 특별한 능력을 지닌 특수종과 보통 사람들이 섞여 사는 사회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일생동안 단 한 명만을 사랑한다는 셧 화린이 셧과 상극인 디스트로이 도성에게 빠지게 되며, 만나선 안 될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금기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이스토리는 "추가적으로 기획중인 여러 작품들에 대한 제작∙편성이 확정되는 대로 2차 확대 라인업을 발표할 예정이며, 2022년부터는 미국, 일본 등의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글로벌 합작 프로젝트 및 글로벌 콘텐츠 제작도 본격 시작하여, 2021년에 이어 큰 폭의 양적 질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2.01.06 09:49
무비위크

'강철비2' 정우성X곽도원X유연석의 정상회담..캐릭터 예고편 공개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의 출연과 양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화제가 된 '강철비2: 정상회담'이 남,북,미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캐릭터 예고편을 공개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 남,북,미 세 정상들과 함께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캐릭터 예고편을 13일 공개했다. 먼저,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이기 이전에 딸에게 용돈을 빼앗기다시피 하는 평범한 아빠이자, 영부인(염정아)과 술을 나눠 마시며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소탈한 남편의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이번 평화회담에도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은 없어요”라는 대사처럼, 분단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양극의 의견 차이로 충돌하는 북,미 정상들의 이견을 좁혀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평화를 향한 곧은 의지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때,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과 함께 북 핵잠수함에 갇히게 된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김용림)와 안보실장(이재용), 국방부장관(안내상)은 가장 먼저 대통령의 안위를 챙기며 재빠르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으로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도 단단한 대한민국의 내실을 보여주며 극의 활력을 더할 것이다. 한편, 북이 살길은 비핵화와 개방이라고 믿는 북한의 젊은 최고 지도자 북 위원장을 연기한 유연석은 강경파의 반대에 맞서 사상 최초로 북,미 평화 협정을 감행한 북한 지도자의 의지를 강렬한 눈빛에 담아내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영어로 말하기를 망설이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얼른 영어로 말씀하시라요”라고 말하듯, 미국 대통령과 능통하게 영어로 이야기하고 국제 정세를 두루 살피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매력까지 뽐내며 의외의 웃음과 케미를 불러일으킨다. 반면, “우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개혁, 개방 잘못하믄 나라가 망하는 겁니다”라며, 중국과의 동맹을 이어 나가는 것만이 북이 살길이라고 생각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호위총국장을 연기한 곽도원은 북한 강경파의 애국심과 신념을 그만의 묵직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 냈다. 여기에 잠수함 전투의 북한 최고 전략가 백두호의 부함장(신정근)과 함장(류수영)의 등장은 북 핵잠수함에 감금된 남,북,미 세 정상과 호위총국장 사이에서 이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북핵을 가지고 귀국하는 것만이 최우선인 사업가 출신의 미국 대통령이다. 좁디 좁은 함장실에 갇혀 있으면서도 “아메리칸 퍼스트”라며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함께 자신을 위협하는 북한 군인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 미국 대통령 스무트의 모습은 긴장감과 코믹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또한 남,북,미 세정상이 납치된 상황에서 신흥 강국 중국을 제일 먼저 견제하며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까지 서슴지 않는, 미국 부통령(크리스틴 댈튼)과 미국방장관(콜비 프렌치)의 모습은 냉전의 섬 한반도의 문제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으로까지 번질 것을 예고해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남,북,미를 운명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강철비2: 정상회담'의 캐릭터 예고편은 극 속에서 인물들이 어떠한 드라마를 만들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7월 29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7.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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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158.계사년의 국운

계사년의 해가 밝았다. '계사(癸巳)'는 '계 수(水)'와 '뱀 사(巳)'로 검은 뱀, 혹은 물뱀을 상징한다. 음양오행으로 따지면 계(癸)의 물기운과 사(巳)의 불기운이 상충한다 하겠다. 마치 목욕탕처럼 냉탕과 온탕이 반반으로 갈라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부터 지혜로운 영물이었던 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현명하게 대처할 테니 말이다. 2013년 대한민국은 크게 변화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첫 해가 된다. 차기 정부의 화두는 ‘야무유현 만방함녕(野無遺賢, 萬邦咸寧)’이다. '서경(書經)'에 나온 말로 요순시대 우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들판에서 헤매게 하지 말라. 그러면 세상이 함께 평안해진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계사년은 머리 좋은 물뱀이 물 밖으로 나오는 해다. 그 동안 물속에 몸을 숨겼던 뱀들이 슬슬 바깥세상으로 기어 나온다. 초야에 묻혀있던 숨은 실력자들이 등용되기에 안성맞춤인 해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 있다면, 북한에는 ‘김평남(김일성대학·평안도 출신·남자 위주의 사회)’이 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충영(친박·충청도·영남 출신)’이란 말이 나올까 걱정이다. 뱀의 해처럼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쓰기 좋은 해에 자기 사람 위주로만 인선(人選)한다면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과거에서 불러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시대를 감당할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 외교 천재 서희 장군을 불러올 수 없고, 전쟁의 신인 이순신 장군을 쓸 수 없듯이 이 시대엔 이 시대의 인물이 있는 법이다. 인선(人選)의 핵심은 평판이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능력일 때는 가급적 의리와 신의가 갖춰진 인물이 좋다. 무엇보다 지역색을 없애야 한다. 그녀를 지지하지 않았던 48%표의 대부분은 호남지역이다. 호남지역은 백제 멸망부터 지금까지 철저히 역사적으로 배제됐었다. 그 한을 포용하지 못하면 조선 500년 동안 소외됐던 함경도·평안도 같은 북한의 한도 끌어안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킹메이커뿐 아니라 그녀와 대척점에 있었던 호남 인사들까지 과감하게 인선(人選)에 반영해야 진정한 탕평(蕩平)이 이뤄질 수 있다. 계사년의 국운은 한 마디로 인선(人選)에 달렸다. 어떤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미래가 좌우된다. 호남의 한을 풀고, 북한의 자존심을 살려준다면 박 당선자는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처럼 통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자는 이번 대선을 통해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최초의 과반 대통령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최초로 청와대에 두 번 들어가게 됐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것은 하늘의 뜻이요, 대한민국의 국운임을 모든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2013년은 평화로운 해가 아니다. 냉탕과 온탕이 반복되는 정신없는 해다. 특히 나라에 큰 일이 수시로 닥치니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임진년에 전쟁이 일어나고 계사년엔 쉬었다. 2013년은 한국전쟁 휴전 60주년의 해다. 한 갑자 동안 남북이 대치했으니 이제는 분단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듯싶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려면 진통이 예상된다. 쉽게 될 일은 아니란 말이다. 올해는 제2의 천안함 사건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특히 육지보다 바다, 서쪽보다 동쪽이 위험하다. 월별로 13일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1월·3월·8월·11월 13일엔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면 한다. 박 당선자는 취임 전까지 국가 안보에 신경 써야 한다. 년초부터 북한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3년을 시작하며 동북아시아의 사령탑이 모두 바뀌었다. 일본은 우경화가 심해질 것이요, 중국은 내전 위험이 다분하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동북아 정세에 박 당선자 특유의 여성성과 지혜로움이 빛을 발할 때다.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염사한 결과 신라 선덕여왕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생김새가 남성이라기보다는 여성에 가깝다. 선덕여왕이 재위했던 7세기 중엽, 신라는 여러 차례 위기에 봉착했다. 그때마다 선덕여왕은 반가사유상처럼 고요한 결단으로 삼국통일의 기반을 이루었다. 2013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쉽지 않다. 청와대 재입성에 성공한 박 당선자에게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3.01.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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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비스트 아시안컵 ‘한·일전 개념 트윗’ 눈길

일부 연예인들이 일본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트윗(트위터에 글쓰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준혁과 남성 그룹 비스트, 드렁큰 타이거 등의 '한·일전 개념 트윗'이 눈길을 끈다. '2011 아시안컵' 4강 한일전에서 아쉽게 진 한국 국가대표팀에게 멋진 경기였다며 따뜻한 격려를 전해 일본 응원으로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과 대조를 보였다.프로야구 선수에서 은퇴하고 야구 해설자로 활동을 시작한 양준혁은 지난 25일 한·일전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경기를 보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담은 '편파 중계'를 실시간 진행했다. 초반에는 "일본은 항상 초반에 반짝 설치고 다니니깐 별로 겁 안나네요" "일본애들 '옐로우 신용카드 꺼내들 애들 많네" 등 여유롭게 트윗을 했다. 한국팀이 역전골을 허용하자 "한·일전 어쩔 수 없네요. 또 극적으로 이겨줘야겠군요. 일본애들 또 땅치고 생난리 나겠구만"이라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냈다. 시간은 흐르는데 골이 터지지 않자 "내가 일본팀으로 들어가서 자살골 3골 넣고 오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심판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내릴 때는 "저 호루라기를 뺏어야겠구만" "나 말리지 마세요. 짱돌 들고 뛰어가야겠어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이 유리한 상황에서 지연 플레이를 하자 특위의 말투로 분노를 터뜨렸다. "짜증나게 경기하구만. 깨끗하게 좀 해라 일본아" "아예 누워서 자는구만" "그러게 물침대 깔아주랴" 등 야유를 보냈다. 120분간 열을 내던 양준혁은 승부차기에서 한국이 패하자 "비록 경기는 졌지만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고무적이고 미래는 밝은 것 같네요. 수고했습니다"라며 따뜻한 격려로 중계를 마무리했다.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들도 태극전사들에게 응원 트윗을 보냈다. 양요섭은 "최고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태극전사들. 비록 승부는 졌지만 눈물나도록 멋진 승부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썼다. 학창시절 축구선수 출신인 윤두준은 "한국축구팬 이전에 축구팬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아드레날린 초대량으로 방출된 경기였다"며 "진짜 한국축구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했다. 여기에 드렁큰 타이거도 격려 트윗에 합류해 "동점 때 느낀 전율 흔치 않은거다"라고 했고, 슈프림팀 쌈디는 "결과는 지고 안타깝지만 한국 선수들 정말 잘했다. 감동 그 자체였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양준혁을 비롯해 다수의 연예인들이 태극전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트윗을 하자 네티즌은 "이런 게 바로 개념 트윗"이라며 그룹 원타임 출신의 송백경과 가수 세븐의 일본 응원 트윗과 비교했다. 세븐은 한·일전 직후 "한국팀 잘했다. 이제 일본이 잘해", 송백경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본이 끝까지 잘해서 동북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려라"라고 각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2011.01.27 10:29
축구

중동의 편파판정…우려가 현실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시아 축구권력이 중동으로 이동한 뒤 처음으로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중동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 속출하고 있다. 14일(한국시간) 시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일본은 하마터면 질 뻔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27분 일본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가 퇴장당했다. 돌진하는 상대공격수를 넘어뜨렸지만 오프사이드로 판정한 부심의 깃발은 이미 올라간 상태였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무시하고 레드카드를 꺼냈다. 일본 수비수의 백패스로 판정해 오프사이드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페널티킥 골을 내준 일본은 수적 열세 속에서 고전하다 겨우 2-1로 이겼다. 경기 직후 하라 히로미 일본축구협회 강화담당 기술위원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다음 경기에서 가와시마의 출장정지 취소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제출했다. 하라 위원장은 "명백한 오심이다. 비디오로 확인했다"고 항의했다.11일 한국은 바레인을 2-1로 완파했다. 상대를 완벽히 압도한 경기였다. 하지만 옥에 티가 있었다. 수비수 곽태휘(교토)가 퇴장 판정이었다. 상대 선수를 몸으로 밀어, 기껏해야 경고 처분이면 될 줄 알았던 곽태휘는 갑작스레 나온 레드카드에 당황했다. 조광래팀은 14일 호주와 빅매치에서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곽태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공중공격 능력이 좋은 호주를 상대로 제공권 장악능력이 좋은 곽태휘의 결장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다. 11개 심판 팀 중 5개가 중동이번 대회는 11개 심판팀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 중 5개 팀이 중동 지역 심판으로 구성돼 있다. 주심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시리아 국적이다. 비 중동권 주심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말레이시아·우즈베키스탄·싱가포르 출신이다. 중동세가 이번 대회 심판진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에 비하면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는 비주류나 다름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바레인전은 오만 출신, 일본-시리아전은 이란 주심이 봤다.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안컵 정도의 규모가 되는 대회에서는 중동과 동북아 팀이 붙었을 때는 중립 지역인 동남아시아 쪽 심판이 휘슬을 부는 게 상식적이다. 월드컵에서는 이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전 국제심판 권종철 AFC 심판위원회 강사 감독관은 "이번 대회는 2014년 월드컵에 나갈 주심을 뽑는 자리이기도 하다. 의도적으로 오심을 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AFC 심판 부문에서 중동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번 대회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중동의 심판 장악은 오래된 일AFC 심판 부문은 오랫동안 중동 쪽에서 장악해왔다. 2005년 시리아 출신 심판위원장이 떠나고 전 UAE 축구협회 회장이 심판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심판위원 6명 중 1/3이 중동 사람이다. 곽태휘가 퇴장당했던 상대 바레인의 축구협회 모하메드 아마드 자심 전무도 AFC의 심판위원이다. 권종철 감독관은 "AFC 소속 46개 가맹국 중 중동 국가는 12개(팔레스타인 포함)뿐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심판 절반 정도가 중동 출신이다. 심판위원회를 장악한 중동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연임에 실패해 걱정이 크다. 중동을 견제할 힘이 없어졌다. 우리가 AFC에서 힘을 키워야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경계했다.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사진=임현동 기자 2011.01.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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